사진=CHAPUL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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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먹기 꺼려하던 '곤충'으로 만든 음식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곤충을 활용한 대체 단백질 제조 기업 '아스파이어 푸드그룹'에 100억원을 투자, 기술 제휴를 도모한다.

롯데제과는 한국투자 노블푸드 신기술 사업 투자 조합을 통한 펀드 출자 형태로 캐나다 아스파이어 푸드그룹에 약 100억원을 투자했다. 아스파이어 푸드그룹은 귀뚜라미를 이용한 단백질 분말 제품 생산 기업으로 2016년 설립됐다. 반려동물 사료와 귀뚜라미 그래놀라·귀뚜라미 밀가루 등의 원료가 되는 동결 건조 귀뚜라미를 주로 만들고 판매한다. "독자적 귀뚜라미 사육 방식을 개발하고 인공지능(AI)과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해 무인 자동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푸드테크 기업"이라고 롯데제과는 소개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로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미래 대체 단백질로 주목받고 있는 식용ㅍ곤충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아스파이어 푸드그룹과 기술 제휴, 상품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같은 롯데그룹 식품 헤드쿼터 소속인 롯데중앙연구소는 밀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손을 잡았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Ynsect'사와 곤충 단백질을 이용한 제품개발 기술 확보를 위한 공동 연구 상호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Ynsect사는세계 최초로 식용 곤충 밀웜의 대량 자동화 사육 스마트팩토리를 첫 상용화한 회사다. 유럽 내 연어 사료 단백질원과 미국 내 식품 단백질, 축산 사료 단백질원 공급을 위한 대량 사육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곤충 단백질은 식용 곤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이용한 동물 사료뿐 아니라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간편식으로 국내외에서 다양한 시도가 나오고 있다. 식용 곤충으로는 애벌레, 메뚜기, 귀뚜라미, 딱정벌레 등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곤충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거부감을 줄이기 뒤해 형체를 알 수 없게 만든 가루나 바 형태 등으로 영양분을 강조한 제품이 실생활에 파고들었다.
사진=EXO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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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식품기업 엑소는 밀가루와 같이 쓸 수 있는 귀뚜라미 가루와 이 가루에 초콜렛칩 등을 섞은 단백질 바를 판매하고 있다. 미국 식품기업 차풀도 귀뚜라미 가루 등을 판매 중이다. 차풀은 귀뚜라미 가루로 스무디를 만들어 먹거나 초콜릿·과일과 섞어 먹을 것을 추천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육가공 기업 에쓰푸드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갈색거저리로 만든 단백질바를 선보여 펀딩에 성공했다. 풀무원건강생활도 곤충을 주 원료로 한 반려동물 간식 '인섹트너겟’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이같이 곤충을 비롯한 대체 단백질 시장은 향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2억5만달러 규모였던 세계 곤충 단백질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27.4%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곤충을 비롯한 대체단백질 시장 성장은 이른바 '착한 소비'로 불리는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한 결과다. 돼지나 소 등 현행 가축 사육은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기후 재해의 원인으로 꼽힌다. 가축 사료용 작물 재배와 소 방목을 위해 대규모 열대 삼림 벌채가 이뤄지고, 가축의 트림과 방귀로 나오는 탄소 배출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기 떄문이다.
사진=NH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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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대체 단백질에 힘이 실릴 배경으로 인플레이션을 드는 분석도 있다. 가축 생산에 관련된 모든 비용이 동반 급등하는 상황이라 대체 단백질 시장의 급성장이 예고됐다는 분석이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사료비, 물류비, 가공비 등 식육 생산에 관련된 모든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가축 사육으로 초래되는 온실가스 배출, 토지와 물 남용, 인수공통전염병 같은 문제들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곤충 단백질이 극복해야 할 걸림돌도 있다. 원재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을 넘어서기 쉽지 않아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2016년 CJ제일제당이 한국식용곤충연구소와 양해각서(MOU)를 맺었고, 대상도 계열사를 통해 사업 구상에 나섰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진척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는 곤충이 혐오식품이라는 인식이 있어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강하다. 소비자 선호도는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